EVE의 에디터 ‘세상에오럴수가’ 입니다.

세상에 오럴수가 싶은 재밌고 신선한 섹스 화두나 오럴때 저럴 때 매번 달라 헷갈리는 섹스 상식들을 다룹니다. 

아름답고 행복하기만 하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네 침대 위에서는 가끔 아찔한 대화가 오가곤 한다. “지금 엄마 집으로 출발하셨대.”, “어….?.....벌써?”, “미안…전 남친 이름이야…미안해…”등등 다양한 비극적 문장이 출몰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공포를 자아내는 문장은 단연 이것이 아닐까 싶다.  

“어떡하지…콘돔 터진 것 같아.” 

섹스 중 콘돔 파손은 매우 끔찍한 일이다. 계획되지 않은 임신에 대한 공포가 물밀 듯 밀려오기 때문이다. 놀란 마음을 부여잡고 터진 이유를 인터넷에 찾아보면 더 심란해진다. 네티즌들의 답변이 제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콘돔 1000개 중 1개는 불량품이라 카더라, 지갑에 너무 오래 넣어 두면 터진다, 피스톤 운동을 너무 격렬하게 하면 찢어진다더라, 초박형이 더 파손 확률이 크다더라 등등) 

이제 이 의문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사무실에 어슬렁대는 EVE의 제품 개발자를 꼬드겨 1시간 넘게 인터뷰를 진행했다. 필자가 EVE에서 녹을 먹는 에디터긴 하지만, 이 순간만큼은 김상중으로 빙의해 콘돔이 터지는 이유와 배경에 대해 철저히 파헤쳐보려 한다. 콘돔이 터지는 이유. 그것이 알고싶다. 

🥰안녕하세요. EVE 에디터 세상에오럴수가입니다.

👩‍🔬 안녕하세요. 이브 레터에서만 보던 분인데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친목 위주의 내용 / 중략) 

🤓본격적으로 질문을 시작하겠습니다. 콘돔이 터지는 건 너무나 끔찍한 일이에요. 애초에 파손이 불가능한 콘돔을 만들 순 없을까요?

👩‍🔬 파손이 불가능한 콘돔을 만드는 것은 이론상 가능합니다. 파손되지 않을 소재로 콘돔을 만들면 됩니다. (진지) 그러나 그런 소재는 섹스 시 인체의 안전과 건강을 보장하지 못할뿐더러 착용했을 때 성감이 좋지 않습니다. 콘돔의 소재로 현재 가장 널리 사용되는 것은 이브콘돔에도 사용되는 '라텍스'입니다. 최근 들어 폴리우레탄이나 폴리아이소프렌 소재 콘돔도 간간이 출시되고 있지만, 소재의 특성상 신축성 등에 제한이 있다고 판단해 현재로서 EVE는 라텍스에 집중하고 있죠.

콘돔 관련 신소재 연구는 저희를 포함하여 다양한 업계에서 시도 중입니다. 섹스 시 착용감도 매우 좋으면서 파손될 확률이 0%에 가까운 콘돔은 모든 업계 관계자들의 꿈입니다. 저도 매우 만들고 싶습니다. 빌 게이츠도 해당 위업을 달성하는 자에게 1억원 상당의 상금을 준다고 공표한 바 있습니다. 제 꿈은 이 상금을 받아 판교에 오피스텔을 전세로 사는 겁니다. (웃음) 

공기주입 파열 테스트 (burst pressure and volume)  : 콘돔이 터질 때까지 공기를 주입해 압력을 검증하는 과정 

🧐비브라늄으로 콘돔을 만들면 매우 착용감이 좋지 않겠군요... 공감합니다. 그렇다면 콘돔 회사에서 내놓는 콘돔에 불량품이 발생할 확률은 얼마나 되나요? 세간에는 1000개 중 1개 꼴로 불량품이 나올 확률이 존재한다는 데 사실인가요?

👩‍🔬 1000개 중 1나 10000개 중 1개와 같은 정확한 불량률 수치를 말씀드리긴 어려울 것 같아요. 그러나 불량 콘돔이 없게끔 안전성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콘돔은 제조과정에서 정말~많은~안전성 검사를 시행합니다.   

콘돔 안에 물을 주입하거나 전류를 흐르게 해 구멍이 난 곳은 없는지 체크하고, 제조된 콘돔의 일부를 쭉 늘려 얼마만큼 늘어나는지 실험하기도 하며, 공기를 불어넣어 얼마만큼의 압력이 가해져야 터지는지 테스트하기도 합니다. 

전류를 흘려 구멍이 난 곳은 없는지 체크하는 '전기 핀홀 테스트'는 모든 콘돔을 대상으로 철저하게 전수 검사를 진행하고, 이 단계를 통과하지 못한 콘돔은 모두 폐기됩니다. 콘돔의 안전성을 관리하는 절차는 국제적 품질관리 기준인 ISO 4074 기준에 따릅니다. 답변이 되었을까요?

😗다분히 개발자스러운 이과적 답변이네요(웃음) 그런데 말입니다, 초박형 콘돔이 일반 콘돔보다 더 두께가 얇기 때문에 파손될 확률이 높다는 주장이 있던데 그건 사실인가요?

👩‍🔬 사실이 아닙니다. 초박형 콘돔이던 일반 콘돔이던 우선 위에 언급된 다양한 테스트를 통과해야 출시가 가능합니다. 말인 즉, 애초에 위와 같은 압력과 장력과 용량에 파손될 위험이 있는 콘돔이라면 출시가 불가능한 거죠. 최소 기준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두 콘돔의 모두 섹스 시 안전하게 사용이 가능한 내구성을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초박형 콘돔이라고 해서 잘 파손되는 건 아니란 말씀이시죠?

👩‍🔬 네 맞습니다. 콘돔의 사용 시 쾌감이 뛰어나게끔 최대한 얇게 제작하면서도 안전성을 보장할 수 있는 콘돔을 개발하는 것. 그것은 EVE를 포함한 많은 콘돔 회사들의 숙원입니다. 그러나 두께가 얇아 파손되기 쉬운 콘돔은 애초에 출시되기 어렵습니다. 다양한 안전성 테스트를 통과할 수 없었을 테니까요. 

😧흠, 그렇다면 대체 콘돔이 왜 터지는 걸까요? 실제로 제 주변에서도 터졌다는 증언이 몇 차례 있었거든요. 

👩‍🔬 음, 우선 유통기한이 지난 콘돔을 사용하여 파손을 경험하는 경우를 꼽을 수 있겠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콘돔의 유통기한을 확인하지 않아요. 쓰다듬고 만지고 물기(?) 바쁜 상황에 그 작은 글씨까지 확인할 여력이 어딨냐고들 하죠. 하지만 이 세상 모든 제품이 다 그렇듯,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은 사용 시 심각한 신체적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요. 낭패를 보기 전에 꼭 콘돔의 유통기한을 확인하셨으면 좋겠어요. 

두 번째로는 고온 / 다습 / 직사광선이 드는 곳에 콘돔을 보관해 파손이 진행된 경우를 꼽을 수 있습니다. 콘돔은 고무 소재이며 고무는 열과 빛과 마찰에 약합니다. 특히 여름날 자동차 안에 콘돔을 오랫동안 방치해두었다거나 햇빛이 바로 내리비치는 곳에 콘돔을 오래 노출했을 경우 아무래도 파손 위험성이 높아집니다. 지갑이나 주머니도 좋지 않습니다. 우리의 엉덩이는 생각보다 열이 많습니다. 앉거나 이동할 때 마찰이 가해져 파손이 발생할 수 있어 권장하지 않습니다.  

콘돔 사용 시에는 내 손에 쥐고 있는 이 콘돔이 위와 같은 상황에 노출되진 않았는지 항상 체크해야 합니다. 만약 조금이라도 의심스럽다면 콘돔을 새로 사는 것을 추천합니다. 

콘돔 파손에 무엇보다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용자가 정확한 사용법을 준수하였는가?' 여부입니다. 콘돔 착용은 항상 은밀한 곳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정확한 조사와 집계가 어려우나, 미국 가족연맹(Planned Parenthood) 같은 기관에서는 정확한 사용법과 일반 사용법의 피임 확률이 13% 가량 차이가 난다고 보고하고 있습니다. (perfect use : 98% / Real life use : 85%) 정확한 사용법 준수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죠.

모든 이브콘돔 패키지에는 아주 디테일한 콘돔 착용방법이 기재되어 있으니 급하시더라도 꼭 정독하신 후에 사용하시길 바랍니다.

🤭오, 저도 지갑에 넣지 말라는 말은 들어봤어요. 열이 많은 곳에 장시간 노출되면 고무가 상하는 것이었군요.. 혹시 섹스 중 문제가 생겨 찢어지는 경우도 있나요?

👩‍🔬 네 충분히 가능합니다. 섹스 시 파손에는 여러 가지 요인을 꼽을 수 있겠는데요, 가장 많은 요인으로는 윤활액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격렬한 삽입 운동을 지속하는 상황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콘돔은 일정 부분 늘어나도 당겨져도 버텨내도록 설계되었지만, 윤활 작용이 부족한 상태에서 격렬한 삽입 섹스를 지속한다면 손상의 가능성이 발생합니다. 따라서 좀 뻑뻑한 느낌이 든다 싶으면 윤활제를 사용하길 추천합니다.  

아! 만약 윤활제를 사용하실 예정이라면 수용성 윤활제(워터베이스)를 써야 해요!! 지용성 윤활제(오일 베이스)를 쓰시게 되면 콘돔의 표면이 약해져 파손 가능성이 커집니다. 라텍스와 유분은 상극이기 때문이죠. 자사 제품인 이브젤 사용을 추천합니다. 😃 

🤔제품 PPL을 무슨 김은숙 드라마 같이 대놓고 하시네요. 윤활액이 중요하다는 점 알겠습니다. 아 그건 어때요? 손톱이나 치아로 콘돔이 찢어지는 경우도 많다고 하던데?

👩‍🔬 치아나 손톱으로 파손되었다는 말을 듣고 그 상황에 대해 진지하게 상상해본 적이 있습니다. (엄근진) 제 추측으로는 위와 같은 파손의 대부분이 너무 급하게 콘돔을 개봉하고 착용하려는 시도에서 비롯되었다고 봅니다. 참을 수 없이 서로를 원해서 나타나는 비극이죠. 

저 역시 애인과 섹스할 때 참을 수 없이 텐션이 높지만(안물안궁) 콘돔 포일(포장)을 뜯을 때는 매우 조심스러운 편이에요. 또한 착용 시에도 손톱에 긁히지 않게 천천히 신중하게 착용하곤 해요. 또한 콘돔에 구멍이나 흠은 없는지 육안으로 확인하고 다 쓰고 나서도 콘돔에 물을 넣어 새는 부분이 없는지 꼼꼼하게 확인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이런 경우를 통해 콘돔이 파손되는 경우가 많은가 하면 알 수 없어요. 통계자료가 없으니까요. 그러나 삽입하기 전 콘돔 착용 과정에서는 천천히 집중해서 콘돔을 착용하는 게 좋아요. 아무래도 사랑하는 사람의 몸 안으로 들어갈 물건이니까요. 

🥰개발자님 요새 행복하시구나.. 또 어떤 경우에 섹스 중 콘돔이 파손될 가능성이 있을까요?

👩‍🔬 사이즈에 맞지 않은 콘돔을 사용하여 삽입 섹스 중 콘돔이 성기에서 빠져버리는 것, 콘돔을 거꾸로 착용하는 것, 콘돔 착용 중 정액받이 부분을 비틀어 착용하지 않아 내부에 공기가 차 터지는 것 등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사실 위와 같은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모든 콘돔은 패키지 내부에 사용설명서가 동봉되어 있습니다. 근데 대다수의 고객분이 그 부분은 제대로 읽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왜 그런지 알 것도 같아요. 섹스하기 직전, 그런 걸 유심히 볼 시간이 어딨겠어요. 서로 바라만 봐도 설레고 좋은데!  

그러나 콘돔에 대해 애인과 세심한 대화를 나누고, 착용하는 과정을 천천히 함께하는 것 역시 굉장히 섹시한 순간이라고 봅니다. (저만 그런가요?) 서로를 책임지고 생각하겠다는 뜻이기도 하니까요. 그러니 한 번쯤은 콘돔 패키지에 적힌 사용설명서를 잘 읽어주세요. 😂 

😍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답변 잘 들었습니다. 오늘 인터뷰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예쁜 사랑하시고 들숨에 재력, 날숨에 건강 얻으시길 바라요.

👩‍🔬 네 감사합니다. 저도 에디터님이 앞으로 더 쓰실 좋은 섹스 칼럼 기대할게요! 

요약 

1. 파손이 불가능한 콘돔을 만드는 것은 가능하다. 그러나 그런 소재로 만든 콘돔은 착용감이 좋지 않고 건강과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 

2. 더운 여름날 지갑, 자동차, 뒷주머니 안에 콘돔을 보관하지 말자. 파손 확률이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진다. 

3. 콘돔에 문제는 없는지 올바르게 착용하고 있는지 애인과 함께 대화를 나누며 천천히 시도해보자. 급하게 착용하는 것보다 더 섹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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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및 참고자료 

1. ISO 4074 Natural rubber latex male condoms — Requirements and test methods

2. How effective are condoms? - Planed Parenthoo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