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게도 이성애자인 에디터 본인에게 레즈비언 섹스의 생식 건강과 섹스에 활용할 수 있는 각종 꿀팁은 아득한 별나라 이야기다. 그래서 레즈비언 섹스 7년 차, EVE의 고객 경험 담당자님(a.k.a고담)을 초빙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는 회사 회의실에서 대담 형식으로 1시간가량 진행되었다. 레즈비언 섹스에서 주의해야 할 점과 도움이 될 만한 팁을 본격적으로 파헤쳐보자.

🧐안녕하세요 EVE의 에디터 세상에오럴수가입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EVE의 고객 경험 담당자 ‘고담’입니다. 섹스에 있어 ‘베테랑’이라는 표현은 어딘가 거만한 표현 같아 부끄럽지만, 저는 여성과 섹스한 지 7년쯤 되었으니 궁금해하시는 내용에 대해 일말의 도움이 되리라 기대해봅니다. 아는 선에서 최대한 솔직하게 말씀드릴게요!

🧐레즈비언 섹스에 대해 알 수 있는 창구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분이 더러 있는 듯합니다. 본인은 섹스 팁을 주로 어디서 얻었나요?

😜솔직히 말해서 그냥 부딪쳐 보는 것이 최고입니다. 섹스하면 늘어요. (진지)

(웃음)

😅아…이렇게 대답하면 안 되는 거죠? 사실 레즈비언 섹스에 대한 공신력 있는 정보가 부족하긴 하죠. 저는 전문 서적을 통해 얻은 정보가 참 도움이 되었어요. 특히 레즈비언 섹스의 ‘클래식’이라 일컫는 한채윤 님의 ‘섹스 말하기’라는 책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레즈비언 섹스 포르노도 꽤 도움이 되었어요. 근데 대부분의 포르노는 남성들의 만족을 위한 레즈비언 섹스를 연출하기 때문에 과장된 면이 많아요. 그래서 핑거링을 담백하게 다루는 포르노를 열심히 찾아보기도 했죠. 모든 포르노가 다 도움이 되진 않았지만, 잘 모르던 시절 여자 성기를 어떻게 만지면 되는지 쾌감이 느껴지는지를 간접적으로나마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 외는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듯 주변 사람들을 통해 들은 귀동냥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특히 레즈비언 친구들, 사귀었던 애인들을 통해 많이 배웠던 것 같아요. 만약 더 많은 정보를 원하신다면 퀴어의 성애나 생식 건강을 다루는 만화, 칼럼, 에세이 등을 검색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생각보다 많은 수의 레즈비언 칼럼니스트와 아티스트들이 양질의 정보를 제공하고 있답니다!

🧐 성애를 다룬 책이나 미디어, 주변인들의 귀동냥은 섹스를 배우는 사람들에게 만국 공통인 스타트 루트인 것 같아요. 또 궁금한 것을 여쭤봅니다. 레즈비언들이 가장 즐기는, 저명한 추천 체위나 섹스 방법이 있을까요?

🙄저명한 체위나 섹스 방법이라…정말 어렵네요. 세상에는 수만 가지 취향과 타입이 있기 때문에 제가 무엇을 콕 집어서 저명하다고는 말씀드리긴 참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러나 트리바디즘, 흔히 말해 ‘가위 치기’라고 불리는 행위는 사실 많은 레즈비언 커플들이 보편적으로 쉽게 시도하는 체위가 아니라는 점을 꼭 말씀드리고 싶어요. 다리와 다리 사이를 서로 교차하여 마찰을 가하는 트리바디즘은 그 모습이 자극적이고 생소하여(이성애자 기준에서) 레즈비언 성애를 다루는 미디어 콘텐츠에 자주 등장하곤 합니다. 국내에서는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에서 연출된 바 있죠.

이 때문에 많은 레즈비언 초심자들이 첫 섹스에서 트리바디즘을 도전하곤 하는데, 사실 이 체위는 두 사람의 클리토리스가 올바른 각도와 자세로 맞춰지지 않으면 쾌감을 느끼기 굉장히 어려운 고난도의 체위입니다. 본인뿐만 아니라 상대의 몸 구조와 각도, 리듬 등을 인지하고 또 익숙하게 느껴야 하죠. 그래서 질문자분과 같은 초심자에게 추천하고 싶은 체위는 아닙니다.

만약 초심자라면 트리바디즘보다는 핑거링을 해 보는 건 어떨까요? 핑거링이야말로 실제 많은 레즈비언이 즐겨 시도하는 저명한 체위입니다. 처음 도전하는 분이라면 손가락을 질 내에 넣는 형태의 핑거링이 아닌 클리토리스를 살살 자극하는 형태의 핑거링을 추천합니다. 아, 그리고 두 명이 동시에 서로의 클리토리스를 자극하는 것도 좋지만, 익숙하지 않다면 위아래로 몸의 위치를 바꿔가며 서로 눈을 맞추고 교감하며 순서대로 핑거링을 시도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여기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절대 핑거링을 시전하면서 ‘상대방에게 천국을 보여주겠다.’는 호연지기를 갖지 마셨으면 합니다. 생각보다 우리의 성기는 매우 예민하고 복잡합니다. 본인의 열정과 직관만으로 상대를 기쁘게 할 수 없어요. 꼭 상대의 반응을 살피고, 파악하기 어렵다면 구두로 물어보시는 걸 추천해요. 사실 이는 비단 핑거링뿐만 아니라 각종 전희에서도 포함되는 말 같아요. 본인의 만족에 집중하기보단 상대의 쾌감을 주의 깊게 살피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뒤로 이제 점점 친밀도가 쌓이고 서로의 몸에 익숙해지면 대개 취향에 맞는 섹스토이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발전하는 것 같아요. 취향에 따라 딜도, 하네스, 우머나이저, 바이브 링과 같은 다양한 아이템을 골라 섹스를 하게 되고 그에 맞는 자연스러운 체위를 결정하는 것 같습니다. 레즈비언 섹스는 보통 이런 단계로 심화 과정을 밟는 것 같습니다.

🧐너무 흥미롭네요. 레즈비언이 추천하는 오럴섹스 팁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일단 첫 번째로, 혀를 외음부 안쪽으로 깊숙하게 넣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외음부 안쪽은 감각이 예민한 부위라고 말하기 어려워요. 딜도나 바이브레이터도 아닌 혀가 살짝 들어간다면…쾌감이 크다고 말씀드리긴 어렵습니다.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저를 포함해 주변 많은 분이 이 방식에 큰 만족감을 느끼지 못했다고 고백했어요.

이 행위의 등장은 아마도 포르노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싶어요. 클리토리스를 혀로 애무하는 것보다 더욱 자극적인 비주얼이 필요했기에 혀를 외음부 안으로 집어넣는 행위를 시도한 게 아닐까 추측해봅니다.

유용한 오럴섹스 팁은 역시 혀로 클리토리스를 살살 애무해주는 것입니다. 동시에 손가락을 사용하여 질 내부를 애무해준다면 베스트죠. 만약 혀나 손을 동시에 사용하는 것이 어색하고 불편하다면 섹스토이 사용을 추천합니다. 기구의 힘은 매우 위대합니다. 개발자들이 괜히 고심하여 만들어낸 것이 아니에요. 시중에 나와 있는 흡착형 섹스토이(우머나이저, 새티스파이어)는 인간의 혀보다 훨씬 뛰어납니다.

애정을 담아 혀를 쓰는 것도 좋지만 상대를 정말 기분 좋게 하려면 본인, 혹은 상대의 손에 섹스토이를 쥐여 주고 만족감이 느껴지는 방향으로 클리토리스를 자극하게끔 하는 것, 그와 동시에 본인은 손가락을 통해 빈 곳을 자극해주는 것이 베스트 오럴섹스 팁이라고 생각합니다.

아, 그리고 질 안에 손가락은 삽입하는 방식은 사람에 따라, 그리고 그 위치와 강도에 따라 쾌감이 폭이 매우 달라요. 경부를 찌르는 느낌(손가락이 길어야 가능)을 좋아하는 분들도 있고 흔히 G-스팟이라고 불리는 부위, 손가락을 구부려 위쪽을 자극하는 방식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것은 취향에 따라 매우 다릅니다. 본인의 직감을 믿고 아무렇게나 시도하면 통증을 유발하거나 상처를 낼 수 있으니 꼭 대화하며 시도하길 추천합니다.

🧐선생님 정말 많이 배웁니다. 이제 핵심적인 질문드립니다. 레즈비언 섹스 중 생식 건강 차원에서 조심해야 할 부분이 있을까요?

😃레즈비언 섹스라고 특별히 안심되는 영역은 없지만, 다른 섹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성병 감염이 발생할 확률이 낮은 것은 사실입니다. 아무래도 핑거링, 혹은 섹스토이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아무래도 성기가 직접 맞닿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적으니까요.

그럼에도 세상에오럴수가님께서 언제나 강조하시는 건강 및 안전 관련 수칙들은 물론 레즈비언 섹스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레즈비언 역시 섹스할 때 키스를 하고, 성기를 만지고, 또 성기가 닿는 행위를 하기 때문이죠. 취향을 가릴 것 없이 본래 섹스라는 행위 자체가 감염의 위험에 많이 노출되는 것이 팩트입니다.

그래서 섹스 전 손을 깨끗하게 씻고 양치하고 샤워하는 습관은 매우 중요합니다. 불결하고 더러운 장소에서 섹스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죠. 또한 섹스 전후로 성기 포함 신체에 통증이나 이전과 다른 증상이 보인다면 고민없이 산부인과나 비뇨기과로 직행해 전문의의 처방을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질문자께서 말씀해주신 질염 같은 경우는 섹스라는 경로로 상대에게 전염될 수도 있지만, 본인의 일상 컨디션이나 호르몬 변화에 따라 발병되는 경우도 있으니 꼭 전문의의 처방을 받아야 해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뜬금없지만 제가 아는 어떤 에피소드를 들려드리고 싶네요. 제 전(前) 애인이 들려준 이야기인데요, 바야흐로 본인이 첫 레즈비언 섹스를 하게 된 날. 뜨거운 전희가 이어지고 이제 핑거링을 시작하려던 참이었다고 합니다.

근데 제 전(前) 애인이 손가락을 질이 아닌 항문에 넣으려고 했대요. 본인도 여성임에도 불구하고막상 시도하려니까 그게 어디 있는지 몰라 당황했다는…(웃음) 그래서 상대는 “OO야 거기 아니야...”라는 말을 나긋하게 해 줬다고 하네요. 그렇게 입구를 잘 찾아서 마무리를 지었다고 합니다. 아마 그 순간에는 무척 당황했을 거에요.

🧐와 저도 애인이랑 처음 섹스했을 때 같은 실수를 했는데!! 경로 이탈(?)의 역사는 어쩌면 게이 섹스, 레즈비언 섹스, 헤테로 섹스 모두 비슷하지 않을까요? 왠지 모르게 좀 위아더월드 위아더휴먼 같은 측면도 보이는 듯합니다.

🥰그러게요! 우리 모두 같은 섹스를 했고 또 같은 실수를 하네요. (웃음)

마지막으로 몇 개의 팁만 더 드려 보고자 합니다. 레즈비언 섹스를 기대하시는 많은 여성분!! 섹스하기 며칠 전부터 미리미리 손톱을 짧게 깎아주세요. 또한 핑거돔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핑거돔을 구하기가 어렵다면 콘돔이라도 손가락에 쓰는 것을 추천해요. 위생과 안전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니까요.

섹스에 정답은 없다는 말도 꼭 전해드리고 싶어요. 상대와 내가 좋아하는 것에 따라 무궁무진한 변화가 가능합니다. 다리 하나의 위치와 각도만 바꿔도 쾌감의 정도가 달라지니까요. 그리고 애무를 하는 사람도 중요하지만, 애무를 받는 사람도 리액션이 참 중요합니다. 과하지 않은 선에서 그 사람에게 내가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담백하고 진솔하게 알려주세요. 그렇게 차차 섹스를 해 나간다면 분명 애인과 행복한 순간을 만끽할 수 있을거예요!!

😍 마음이 따뜻한 인터뷰였습니다. 오늘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네 저도 매우 재밌었어요. 더 문의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EVE 공식 홈페이지의 하단의 ‘채팅 상담’을 이용해주세요! 안전한 섹스 외에도 생리컵 사용이나, 생식 건강에 대한 크고 작은 것들이 궁금하다면 언제든 문의 남겨주세요. 친절하고 똑똑한 상담사님들이 응대해주실 겁니다. 참고로, 의미 없는 사진이나 성희롱적 발언을 보낼 시 함무라비 법전에 따라 응대할 예정입니다. 감사합니다!!

'섹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헤테로 섹스로 좁혀져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보다 명시적으로 '레즈비언 섹스'라는 워딩을 사용하였습니다. 섹스는 사실 그냥 다 섹스입니다.'

요약

1. 시대가 변했다. 다양한 레즈비언 지식인들이 다양한 건강&섹스 정보를 업로드 중이다. 꼭 찾아보자.

2. 트리바디즘은 두 사람의 클리토리스가 정확히 맞닿지 않으면 쾌감을 느끼기 어렵다. 초심자라면 핑거링을 추천한다.

3. 개인적으로 혀를 외음부 안쪽으로 깊숙하게 넣는 오럴섹스 방식은 추천하지 않는다. 클리토리스를 애무하면서 동시에 손가락, 혹은 섹스토이로 질 내부를 자극해 주는 것을 추천한다.

4. 취향을 가릴 것 없이 본래 섹스라는 행위는 감염의 위험성에 많이 노출되어 있다. 손톱을 짧게 깎고 핑거돔을 착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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