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제목

[후기] 이브 직원의 이브컵 도전기 (자세함 주의)

작성자

작성일 2019-03-13

조회 15450

평점 0점  

추천 2 추천하기

내용

누구에게나 처음은 어려운 법이다

이브 직원인 나는 현재 어느 정도 이브컵에 적응해넣고 빼는 시간이 매달 단축 되고 있다그러나 생리컵이 익숙해진 지금도처음 질 길이를 측정하고 생리컵을 삽입/제거하는 과정을 두고 결코 ‘쉽다라고 말하지는 않는다누구에게나 처음은 어렵고두려운 법이기 때문이다나는 겪을 수 있는 온갖 시행착오를 다 겪으면서 적응을 해 나간 사람이며초심자들의 고충을 누구보다 절실히 알고 있다그 두려움을 알기에첫 도전을 앞둔 사람들의 떨림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고 싶다그래서 나의 생리컵 도전기를 최대한 자세하게 적어보려고 한다


대망의 질 길이 재기

사람마다 다르겠지만나에게 질 길이를 재는 과정은 정말 고단했다질 입구를 찾는 것도중지 손가락을 비집고 넣는 것도 오래 걸렸다그럼에도 생리컵을 써보려면 질 길이를 반드시 재야하기에, '퇴보는 없다!'라고 계속 마인드 셋을 했다또 여기서 그만두면 다시 축축한 생리대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떠올리니 도저히 포기할 수가 없었다. 초심자는 힘이 가장 덜 들어가는 ‘변기에 앉는 자세를 추천한다. 서서하거나 쪼그려 앉으면 균형을 잡기가 어렵고, 하반신에 힘이 들어가 질근육도 수축하게 된다. 몸에 힘을 풀고 최대한 거만한 포즈로 변기에 기대 앉아서 심호흡을 했다.


'질 입구가 대충 여기 쯤이다정도는 알았지만입구가 워낙 살점 사이에 파묻혀 있는지라 단번에 손가락을 정확히 넣기는 힘들었다그래서 손가락으로 음순을 최대한 벌려준 뒤(최대한 잘 벌려주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항문 바로 위 구멍을 찾는다는 생각으로 질 입구를 찾았다그렇게 손가락을 넣기 시작했는데 질이 ‘체감상’ 너무 좁았다. 게다가 무섭기는 또 얼마나 무서운지 어느 정도로 덜덜 떨면서 했냐면오른손 중지를 질 입구에 가만히 가져다 대기만 한 채, 왼손으로 오른손 손목을 천천히 밀었다(내가 나에게 중력을 가한다…) 도저히 오른손의 의지만 가지고는 질 안으로 못 들어가겠더라계속 “와 여기로 생리컵이 들어간다고?” 라고 외쳤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신기한 건질 입구를 통과하니 그 다음은 쉽더라는 것이었다. 입구를 지난 뒤 느껴진 질 내부는혀로 볼을 쓸었을 때처럼 미끈하고 부드럽고 따뜻한 살일 뿐이었다. 질 안에 손가락을 넣고 약간 아래쪽을 향한다는 느낌으로 만지니까 끝에 뭔가 닿는 것이 느껴졌다포궁 경부였다. 포궁 경부는 코 끝 정도의 단단한 느낌인데이 부분에 닿았다면 손가락을 끝까지 잘 밀어 넣은 거다. (중지 손가락을 다 넣어도 경부에 닿지 않을 수도 있다그렇다면 당신은 높은 포궁의 소유자포궁 경부에 닿고 나서 손가락이 얼마큼 들어갔는지 확인해 보니내 질 길이는 손가락 두 마디 반 정도로 이브컵 S가 적절히 잘 맞을 정도였다(질 길이 재는 법은 [여기])



두근두근 생리컵 준비하기


퇴근 후 집에 와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이브컵을 끓는 물에 5분간 소독하는 것이었다실리콘이 냄비 바닥에 닿아 눌어붙지 않게젓가락으로 집어서 4-5분간 보글보글 소독했다손톱도 짧게 깎았다그리고 이브젤을 준비했다. 손가락을 넣을 때도 빡빡함이 느껴졌는데생리컵을 넣으려니 외음부가 건조해질까 걱정됐기 때문이었다무엇보다 윤활제라도 있어야 심리적으로 부담이 덜 할 것 같았다. (초심자라면 젤의 도움을 꼭받으시라. 젤 없이 넣으면 삽입 시간도 길어지고 여러 번 시도하면 외음부가 아플 수 있는데젤이 있으면 훨씬 부드럽고 편하다.)




이브젤 라벤더를 사용했는데은은한 라벤더향에 마음이 편해졌다


 

도전생리컵 넣기

#첫 번째 시도 – 패인 : 질 입구가 아닌 곳에 무턱대고 밀어 넣었음

질 길이를 잴 때 오들오들 떨긴 했어도손가락을 한 번 넣어보고 나니 자신감이 차올랐다. '어차피 내 몸에 내 손가락 넣는 건데 너무 겁 먹었잖아?' 라는 생각과 함께 질 탐험을 마쳤다는 뿌듯함이 생겼다. 생리컵은 더 잘 넣을 수 있을 거라는 도전의식도 생겼다그런데역시 과유불급이었다너무 자신감이 과했던 탓에 질 입구가 아닌 주변 살점에 생리컵을 무작정 들이밀어버린 거다. 이때부터 질 입구가 조금 욱신거리기 시작했다손가락을 넣을 때와 다른 점이생리컵에는 감각이 없지 않나. 그래서 '질 입구가 여기다' 싶은 감각이 조금 둔하다내가 터득한 팁은 생리컵을 무작정 들이밀지 말고, 양 옆으로 정말 조금씩 생리컵을 왔다 갔다 하면서 ‘들어간다!’ 싶은 움푹한 홈을 찾아내는 거였다.



#두 번째 시도 – 패인 : 질 싸대기

첫 번째 시도에서 나는 초심자에게 가장 수월한 (입구가 좁아지는) '펀치다운 폴딩'으로 삽입을 시도했다이브컵은 너무 말랑하지도딱딱하지도 않은 편(심하게 쫀득하거나 단단한 생리컵도 있다)이라 접기가 쉬웠다그런데 문제는 생리컵을 접은 채로 유지하기가 꽤나 어렵다는 것이었다잡고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손에 힘이 풀리고 저려왔다. 결국 반쯤 들어갔을 때 손을 놓쳐버렸고 외음부에 소위 '질 싸대기'를 맞고 말았다(...) 너무 깜짝 놀라면서 아파서 입이 떡 벌어졌다접고 있는 폴딩을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걸 그때 알았다.

 

지금 잡은 두 손(가락절대 놓지 말자


첫 번째두 번째 패인의 여파가 커서 외음부가 아팠다그래서 따뜻한 물로 외음부 샤워를 했다사실 귀나 코 세게 파면 잠시 얼얼한 거랑 똑같아서, 외음부도 따뜻한 물로 5-10분 정도 이완시켜주니 욱신거림이 거의 가라앉았다.



#세 번째 시도 - 패인 : 깊이 넣지 못해 방광 압박감이 듦. 

세 번째 시도에서는 생리컵을 놓치지 않고 천천히 잘 넣었다하지만 생리컵을 '깊숙하게 넣기'란 역시 어려웠다질 깊숙이 넣으려면 생리컵을 쥔 손가락까지 질 안으로 조금 들어가야 하는데이 지점에서 막혔다생리컵은 어느 정도 들어갔지만 손가락까지는 못 넣겠어서 그대로 놓아버렸다그 바람에 생리컵이 끝까지 들어가지 않고 중간에 끼어 방광 압박감이 들었다. 방광은 질과 가까이에 있는 우리 몸의 기관이기 때문에생리컵을 깊이 넣지 못하거나 딱딱한 생리컵을 사용했을 경우 방광을 압박해 소변이 마렵거나 복부 팽만감이 들기도 한다. 세 번째 시도 이후의 목표는 단 하나였다겁먹지 말고 깊숙이 넣어보자손가락까지 조금 들어가는 걸 감안해서라도 깊게 넣어보자




제일 궁금한 두 가지 - 잘 넣었는지잘 펴졌는지 확인하는 법

세 번의 시도 끝에 어느 정도 깊숙이 밀어 넣는 것에 성공했다복부 팽만감이나 이물감도 들지 않았다그런데 궁금한 것이 생겼다첫째'끝까지 넣은 게 맞나?'라는 의문. 마지막 시도에서 꽤나 깊숙이 넣은 것 같은데도 꼬리가 외음부 밖으로 살짝 튀어나왔기 때문이다이브컵 꼬리는 둥글게 생겨서꼬리가 외음부를 건드려도 그렇게 많이 신경 쓰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꼬리가 외음부 밖으로 나와있다 보니 생리컵이 더 들어갈 수 있는데 다 넣지 못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질 내부는 유연한 근육 조직이라생리컵을 넣고 요리조리 움직여보면 꼬리가 조금 올라가기도 한다그래서 걸어도 보고 누워도 보고 5분 정도 생리컵이 자리 잡기까지 열심히 움직였다그 결과, 정말 꼬리까지 질 안으로 쏙 들어가 외음부에 이물감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두 번째 궁금증은 '안에서 잘 펴졌을까?'였다. 실링이 잘 되면 질 내부가 진공상태가 되면서 생리컵을 당겼을 때 빠지지 않고 팽팽하게 고정된다질에 힘을 줘서 쏙 들어가 있던 꼬리가 살짝 내려오게끔 한 뒤 손으로 꼬리를 당겨보았다. 잘 당겨지지 않았다양 옆으로 살살 움직이면서 아래로 빼 보려고도 했는데생리컵 밑동이 1/3 이상으로 많이 당겨지지는 않았다감격의 순간이었다깊숙이 넣은 데다가 실링까지 잘 되다니(나 자신훌륭해)




거의 다 왔다이제 생리컵 빼기다

나는 생리컵을 빼는 것이 모든 과정을 통틀어 가장 쉬웠다첫 도전부터 쉽게 뺄 수 있었던 꿀팁을 풀어보겠다생리컵을 ‘빼야지가 아니라 '힘을 줘서 밀어내야지'라고 생각하시라.



 

몸으로 힘을 줘서 생리컵을 외음부 바깥으로 최대한 밀어내면 밀어낼수록 빼기가 쉬워진다.”



 

볼일 볼 때 항문에 주는 힘을 질에다가 똑같이 줄 수 있다. 그러면 꼬리까지 질 내부로 쏙 들어가 있던 생리컵이 스멀스멀 밖으로 나온다그때 생리컵 밑동을 잡고 비틀어서 '쭈소리가 나게끔 공기를 빼 주고 조심조심 빼면 된다여기서 주의할 건꼬리 '잡고 빼면 절대 안 된다는 것. 이건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꼬리'만' 잡고 내릴 경우 질 내부의 진공상태가 끝까지 유지되면서 질을 '뚫어뻥'으로 뚫은 것과 똑같은 효과가 난다꼭 밑동을 집어서 비틀어준 후에 내려야 한다이브컵은 초심자를 위한 생리컵이라는 슬로건답게생리컵을 뺄 때 미끄러지지 말라고 밑동에 오돌토돌한 띠가 다섯 층이나 둘러져 있다.



 

이 돌기가 얼마나 구세주 같은지 생리컵을 빼다 보면 알게 된다



 

우리의 일주일은 더 나아질 수 있다

생리컵을 쓴다고 하면 주변에서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이 있다그거 쓰면 뭐가 좋은데?” 이 물음에 대한 나의 답은 정말 단순하다


 

"월경 중인데

옆으로 자고 엎드려 자고 다리를 베개 위에 올리고 자

계단을 두 칸씩 올라도 들썩거릴 생리대가 없어

생리대 안 하니까 바지가 두터워지지 않아

부피 큰 생리대를 안 넣으니 가방이 가벼워

둔한 느낌 없이 몸이 산뜻해"



이렇게 단순한 것들을 두고 편하다라고 말하는 스스로를 보며그동안은 얼마나 당연한 것들을 포기해왔는지를 깨닫는다과거의 나는 월경이 참 많은 제약을 가져온다고 생각했다그런데 그 제약을 스스로 없앨 수 있다는 걸 알고 난 뒤에는생리컵을 도전하는 이 모든 과정에 정말 소중하게 다가온다이브컵을 알게 돼서정말 다행이다. 이전엔 월경에 지배당했다면지금은 내가 월경을 지배한다.



월경 때문에 내 삶의 일부를 포기하지 말자.

우리의 일주일은 지금보다 훨씬 나아질 수 있다.”


ⓒInstinctus Co., Ltd.




비밀번호
수정

비밀번호 입력후 수정 혹은 삭제해주세요.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댓글 수정

이름

비밀번호

내용

0 / 500 byte

수정 취소
비밀번호
확인 취소
댓글 입력

이름

비밀번호

영문 대소문자/숫자/특수문자 중 2가지 이상 조합, 10자~16자

내용

0 / 500 byte

평점

왼쪽의 문자를 공백없이 입력하세요.

에게만 댓글 작성 권한이 있습니다.

댓글 입력

이름

비밀번호

영문 대소문자/숫자/특수문자 중 2가지 이상 조합, 10자~16자

내용

0 / 500 byte

왼쪽의 문자를 공백없이 입력하세요.

에게만 댓글 작성 권한이 있습니다.


Sustainability

브랜드 체레미마카는 지속가능성을 실현합니다.
아래 인증은 브랜드 및 기업에 대한 인증입니다.

인증서1  
1% for SRHR (성과 재생산 건강과 권리)

더 알아보기 >

인증서1  
RRI(되살림 고무
이니셔티브) 인증

더 알아보기 >

인증서1  
B Corp(비콥) 인증

더 알아보기 >

인증서1  
FSC 인증

더 알아보기 >

WORLD SHIPPING

PLEASE SELECT THE DESTINATION COUNTRY AND LANGUAGE :

GO
닫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