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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레미 마카에 다니는 사람들 #3] 동물권 활동가 피칸, 비전공자가 사업개발팀에서 가치관을 실현하는 방법

작성자 에디터 세린

작성일 2022-11-28

조회 7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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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체레미 마카 사무실에는 자신만의 뚜렷한 가치관을 설계하여 그 방향성을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모여 있습니다. 그 올곧은 길을 타인과 함께 걷고자 인도하는 사람들도 있는데요, [체레미 마카에 다니는 사람들]의 3번째 인물로 비거니즘 활동가 ‘피칸’을 모셨습니다.


Q.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시민단체 활동가도 해보고 교사도 해보며 다양한 직업을 탐색 중인 피칸입니다. 지금은 사업개발팀에서 제품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Q. 여태까지 어떤 제품 개발에 참여하셨나요?

콘돔, 핑거돔, MD 루브 실리콘 등 의료기기 개발에 주로 참여했습니다.


Q. 
본인을 구성하는 가장 큰 정체성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사회적인 정체성으로는 ‘비건’이 가장 큰 것 같아요. 개인적인 정체성 중에는 제 가족 구성원의 일원이라는 게 큰 것 같고요.


밭 옆에서 피칸이 강아지를 쳐다보며 어루만진다.


더디게 변하는 세상일지라도


Q. 이전에 어떤 활동을 해오셨는지요.

동물권 시위를 조직하거나 비건을 위한 행사를 주최/기획/진행했습니다. 대학 내의 비건 모임과 그 모임의 연합을 조직하기도 했습니다.


Q. 하나의 아젠다로 반복되는 활동을 하면서 지치지는 않으셨나요?

지쳤던 것 같아요. 제가 생각하기엔 너무 참담한 일인데, 그 일이 사람들로부터 외면받고 중요치 않다고 여겨지니까요. 더 힘든 건 그 사람들이 선하다는 거였죠.


Q. 
왜 사람들은 선함에도 참혹하고 잔인한 일에 동조한다고 생각하세요?

사람들은 논리적으로 아무리 옳은 결정이어도 감정이 치우치지 않으면 행동이 변하지는 않아요. 인간이 생각보다 감정의 동물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한국은 비건 지향인의 비율이 높지 않다 보니 혼자 새로운 걸 도전하기가 두려운 것 같아요. 다른 사람들도 다 하면 쉽게 따라 할 텐데.


Q.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사람들도 바뀔 때가 있잖아요. 언제 바뀌는 것 같아요?

변화는 계단식인 것 같아요. 비건을 지향하게 된 계기를 물어보면 모두가 다 달라요. ‘친구가 비건하길래 같이 해봤다’는 사람이 있고 ‘동물 영상 보고 했다’는 사람도 있고. 그런 주변의 자극이 하나하나 누적되어 어떤 선을 넘겼을 때, 그 사람이 변하는 것 같아요. 저는 그 ‘누적’에 한 방울을 보태고 싶어요.


Q. 미래의 피칸은 어떤 계단을 너머 있을까요.

돌봄 받는 사람에서 돌봄을 주는 사람이 되어있기를 바라요. 10년 전만 해도 저를 돌봐주시던 할머니를, 지금은 제가 매주 뵈며 댁에 부족한 점이 없는지 살피는 것처럼요. 훗날 저에게 경제적/시간적 여유가 생기면, 인간/동물을 입양하려고 적극적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돌봄을 제공하면서 얻을 새로운 감정들이 기대됩니다.
 

피칸과 할머니가 손을 잡고 보도를 걷는다.

 

장기전을 버티게 해주는 믿음


Q. 긴 시간 동안 계속 활동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이 무엇인가요

비건이든 아니든 누구나 이상적으로 그리는 사회의 모습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믿음 덕분인 것 같아요. 시간의 문제일 뿐 누군가를 해치려는 마음이 본능은 아닐 거예요. 해치는 데 큰 에너지가 들기도 하고요. 그렇기 때문에 ‘결국에는 모두 선한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을까’ 그렇게 믿어요. 실제로 제 주변에서 변한 사람들이 제 믿음의 증거가 되어주다 보니 더욱 그 믿음에 의지해요.

Q. 지난 활동들이 지금의 업무에 어떤 영향을 주나요?

비거니즘 활동에 깊게 몸담고 있던 저는 정말 예민했고, 엄격했어요. 한 번 그런 시각으로 세상을 보고 나니, 그때의 나 같은 사람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아요. 꼭 비건 관련이 아니더라도요. 신념이 뚜렷한 소비자를 염두하고, 그런 사람까지 만족시키는 제품을 만들겠다는 방향성이 생겼죠.
 

Q. 지금은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시나요?

전에는 조직하는 일을 했다면 이제는 참여하고 후원하는 입장이죠. 매달 6곳의 동물권/인권/환경단체에 정기후원하고 있어요. 활동가가 많아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활동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후원이 필수적이거든요.


Q. 사회운동이나 활동의 정의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지금 행동하냐’인 것 같아요. (Q. 활동가의 필수 조건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본인의 행동을 계속 의심하느냐.’ 활동가가 되면 내가 지금 하는 행동이 옳은 것이라는 신념으로 전진하기 때문에 그 생각에 매몰될 수 있는데 이런 태도를 경계하고 시야를 넓게 봐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행동과 의심, 이 두 가지가 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

 

동물권리장전, 구조될 권리 등의 구호가 쓰인 피켓을 들고 사람들이 행진한다.


사업개발 전문가의 과거와 현재


Q. 무엇이든 만들 수 있다면 무엇을 가장 만들고 싶나요?

타인을 완전히 경험해 볼 수 있는 기계요. 그 기계 안에 들어가면 랜덤으로 다른 존재가 되어 일시적으로 다른 삶을 경험해보는 거죠. 만약 동물이거나 사회적 약자로 나온다면 잠시나마의 불편감이 낯설게 느껴지겠죠. 다른 존재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면 세상이 좀 나아지지 않을까요? 그 외에도 동물 통역기나 탄소포집기계가 있으면 좋겠어요. (Q. 열역학 법칙에 의해서 불가능합니다.) 딴 것도 다 불가능하잖아요. (Q. 그렇네요.) (웃음)


Q. 교육학과를 전공하셨는데, 왜 사업개발팀으로 입사하셨나요?

교육학과니까 수업을 구성해본 경험이 많은데, 결국 새로운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실행하는 거예요. 근데 사업 개발은 ‘기획과 실행’ 그 자체잖아요. 아직 세상에 없는 것을 기획하고 창조해내고 현실로 실행해 나간다는 점에서 맥이 닿아 있다고 생각해요.


Q. 사업개발팀 팀원으로서 체레미 마카 제품 중 ‘피칸 PICK!’이 궁금합니다.

너무 많지만, 굳이 고르자면 외음부 세정제요. 성분이 원톱이라 할 만큼 좋고, 그래서 원가도 진짜 높아요. 하지만 그보다도 개발팀의 피땀 눈물이 담긴 결과물이라 애정이 가요. 미세한 배합 차이에 따라 향취나 발림성이 달라지는데, 그걸 하나하나 잡기 위해 수없이 테스트했어요. 그 과정이 지난했지만, 매 품평마다 발전하는 게 느껴지니 재밌었죠.

또 하나만 얘기하자면 핑거돔인 것 같아요. 많이들 아시겠지만, 우리 회사가 국내 브랜드 최초로 핑거콘돔을 출시했잖아요. 손가락 핑거링을 할 때 위생이라는 개념을 국내에 처음 도입한 거니까 그 상징성이 크다고 생각해요. 게다가 이번에 아그로포레스트리로 업그레이드하면서 환경적으로도 높은 수준을 지향하게 됐으니 완벽하죠.



비건팅터스’ 창립자이자 먼 미래의 활동가 커뮤니티 대표


Q. 피칸이 입사했을 때만 해도 비건이 한 명이었는데, 이제 회사의 비건 지향인이 40%가 넘었어요. 뭐가 가장 바뀐 것 같나요?

식사 장소를 정할 때 당연히 비건 구성원을 가정한다는 점이요. 그렇지만 그보다도 비건끼리 모여 동물권 외의 다채로운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는 게 더 큰 변화 같아요. 전에는 비건끼리 모이면 비건 얘기밖에 안 했어요. 이 얘기를 나눌 수 있는 곳이 없으니까요. 근데 이제는 비거니즘을 쉽게 말할 수 있으니 그 밖의 이야기를 할 여유가 생긴 것 같아요. 비건이라는 정체성보다 서로의 성격과 관심사가 더 궁금해진 거죠.


Q. 40%의 비건 지향 구성원을 포함해 사내 최대규모의 동호회인 동물권 모임을 만드셨잖아요. <비건팅터스>에서 궁극적으로 바라는 바가 있나요?

근무 시간만이라도 모두 비건으로 사는 거요.  그리고 SRHR과 더불어 동물권이라는 우리의 미션을 적극적으로 좇는 거요.



(사내 동물권 모임인 ‘비건팅터스’ 회식 사진. 좌: 귀리 음료. 우: 비건 치킨과 샌드위치)



Q. 먼 미래의 노후 계획을 세운다면?

농사지으면서 세미-자급자족하며 살고 싶어요. 동물도 입양하고 싶고, 인간도 입양하고 싶고. 더불어 살면서 돌봄을 주는 삶, 저 자신도 책임지면서 다른 존재들도 돌볼 수 있는 삶을 소망합니다.


Q. 경제적 제약이 없다면 어떤 일을 벌이고 싶어요?

제가 슈퍼 N이라 진짜 많이 하는 상상인데요, 제가 건물주가 돼서 건물 통째로 운영하는 거예요. 1층은 무조건 비건 식당, 2층은 제로웨이스트 샵, 그 위에는 활동가 숙소나 커뮤니티를 운영할 거예요. 활동가들 주거 문제가 심각하거든요. 그래서 주거 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센터이자 마을처럼 꾸미고 싶어요. 이왕이면 많은 사람이 지나가면서 들를 수 있는 중심가에다가요.


Q. 
그럼 피칸은 어디서 살아요? 자급자족하신다면서요.

어랏 그러네요. 상충하네요. (웃음) 그래도 땅 주인이 돼서 싸게 임대해주는 식으로 주거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큰 것 같아요. 그리고 제 땅 중 완전 노른자 땅에 숲을 만들어 그린벨트로 지정받고 싶어요. 자본주의와 정면으로 맞짱 뜨는 거죠.


Q. 그 전에 ‘노른자 땅’이라는 논비건 표현을 비건으로 대체해야 하겠는데요. 

아보카도 씨? (웃음)

 


(공장식 축산 시설에서 구조되어 생츄어리에서 지내는 새벽이를 직접 그린 그림)

 

한 시간 동안 피칸과 나눈 대화는 비건 선배가 주는 유쾌하고 따스한 격려 같았습니다. 조직이 길을 잃고 헤맬 때 피칸은 북극성이 되어 줄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그의 올곧은 에너지가 독자 여러분에게도 충분히 전달되었기를 바랍니다.

체레미 마카는 사랑 가득한 크리스마스를 열심히 준비하고 있어요. 다음 [체레미 마카에 다니는 사람들]은 12월 한 달 쉬고 2023년에 찾아올게요. 겨울공기가 느껴지는 한 해의 끝자락, 여러분의 소중한 사람과 함께 따스하기를 바라며.


[체레미 마카에 다니는 사람들 #1] 콘돔회사에 다니는 성교육 강사

[체레미 마카에 다니는 사람들 #2] 약사 최신영, 제 꿈은 무한 오르가즘 약 만드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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